리뷰 | ‘나이브스 아웃’ 미국 사회 속 진실 도려낸 예리한 칼질

2019-12-10 09:53

[맥스무비=정지은 기자] 인간은 예측하기 힘든 존재다. 타인을 지키기 위해 큰 희생을 감수하기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해치기도 한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 등장했던 트롬비 가문은 후자에 속한다.

사진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영화 ‘나이브스 아웃’(감독 라이언 존슨)은 베스트셀러 추리 소설 작가인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명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이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다뤘다.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에 연기파 배우들이 펼쳤던 열연이 더해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기록했다.

트롬비 가문은 이기심으로 뭉친 대가족이다. 딸 학자금을 이유 삼아 지원금을 뜯어냈던 조니(토니 콜렛), 아내를 두고 외도를 저질렀던 리처드(돈 존슨), 아버지에게 해고당했던 월트(마이클 섀넌) 등 모든 등장인물은 거짓을 내세웠다. 할란을 향한 살해 동기를 숨기고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지 않기 위해 같은 가족을 궁지에 모는 장면은 인간이 지닌 이기심과 추악함을 드러냈다.

사진 올스타엔터테인먼트

'나이브스 아웃'은 단순한 가족 갈등을 넘어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 차별 및 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모든 등장인물은 미국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들을 상징했다. 브라질에서 온 간병인 마르타는 이민자 집단을, 반 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트롬비 가문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을 의미했다.

트롬비 가문 사람들은 마르타를 가족으로 대했지만 호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할란이 남긴 유언으로 마르타가 전 재산을 상속받는 상황이 오자 그들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마르타에게 협박을 일삼으며 상속 포기를 강요했다. 미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시선이 담겼다.

트롬비 가문은 비양심적인 행동까지 저지르며 유산을 지키려고 했다. 그들은 마르타가 상속자가 된 상황이 옳지 않다며 비난했다. 일부 미국인 노동자들이 '이민자들이 자국민 일자리를 뺐는다'며 분노를 표출했던 상황이 담겼다. 그들에게 마르타는 타인이 가진 재산을 아무 노력 없이 탐하는 도둑에 불과했다.

사진 올스타엔터테인먼트

라이언 존슨 감독은 작품 속에 유머를 통해 미국 사회에 메시지를 던졌다. 손자인 랜섬(크리스 에반스)이 대저택을 가리켜 "우리 선조가 물려준 것"이라고 말하자 브누아 블랑은 “이 집은 애초에 할란이 파키스탄 재벌에게 산 집이었어!”라며 그를 조롱했다. 반 이민 정책이 가진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한 장면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설정이 숨겨진 '나이브스 아웃'은 완성도 높은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감독, 각본, 제작까지 맡았던 라이언 존슨 감독은 트럼프 시대를 허용했던 미국 국민들과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나이브스 아웃', 말 그대로 미국 사회를 향한 칼을 뽑아들었기에 의미 깊은 작품이다.

개봉: 12월 4일 /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마이클 섀넌, 캐서린 랭포드, 토니 콜렛 / 감독: 라이언 존슨 / 제작: 미디어라이트캐피탈 / 배급: 올스타엔터테인먼트 / 러닝타임: 130분 / 별점:★★★☆

 

정지은 기자 jean@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 지은 기자 jean@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