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그레이스 팬만 잔뜩 만들고 퇴장…‘터미네이터’ 시리즈 가로막은 안개

2019-12-09 18:18

[맥스무비=이유나 기자]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흥행에 참패하며 잿빛 미래에 봉착했다. 극중 주요 캐릭터 그레이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후속편 제작 가능성은 낮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10월 30일 개봉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감독 팀 밀러)는 국내에서 약 240만 명 관객을 달성했다. 국내 개봉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는 평이한 성적이나, 240만 관객이 전세계 3위 기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작비가 1억 8500만 달러에 달하는 ‘다크페이트’는 손익분기점이 3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차트 아웃이 임박한 9일(국내 기준) 현재, 전세계에서 거둬들인 성적은 2억 5608만 달러에 불과하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블루레이 DVD 등 2차 시장에서 역전되기도 하지만, 1억 달러 이상 손실이 확정된 이상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새로운 인류의 희망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슈퍼 솔저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가 새로운 터미네이터 레브-9과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두 여성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극을 이끌고,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 주역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T1(아놀드 슈왈제네거)이 등장해 향수를 자극한 작품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데드풀’ 팀 밀러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가담해 기존 팬들로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이후 줄줄이 제작된 후속편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실패를 거듭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나서면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만연했다. 그럼에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2’를 넘지 못했으며, 역대 가장 초라한 성과를 거두며 퇴장했다.

모순적이게도 트위터를 비롯한 SNS 상에서는 2030세대 여성 관객들을 중심으로 ‘다크 페이트’ 신드롬이 일어났다. 시리즈 뉴페이스들 중에서도 미래에서 온 강화인간 캐릭터 그레이스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캐릭터가 지닌 중성적인 매력은 물론, 뛰어난 액션 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배우 맥켄지 데이비스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새롭게 유입된 팬들은 열광했지만, 기존 ‘터미네이터’ 팬들은 영화에 보이콧으로 일관했다. 수십년동안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심을 차지해온 존 코너 캐릭터를 죽이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운 게 화근이었다.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시리즈라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역시 흥행 참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 3, 4, 5편 내리 낮은 작품성과 저조한 흥행으로 기대를 저버린 만큼 기존 팬들 역시 다수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성적에 비관한 팀 밀러 감독이 “다시는 제임스 카메론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 해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팀 밀러 감독은 영화에 느끼는 자부심이 크다면서도, 연출을 맡는 동안 제임스 카메론과의 사이에서 빚어졌던 갈등을 숨기지 않고 공개해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30년 동안 이어져온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짙은 안개가 드리웠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향수를 느끼는 팬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오히려 그 노력과 열의는 시리즈가 사장되는 원인이 됐다. 제임스 카메론은 앞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성적에 따라 후속편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후속편으로 그레이스와 다시 마주할 날을 손 꼽아 기다리던 팬들만 안타깝게 됐다.

이유나 기자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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