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트로이’ 디렉터스 컷…196분 질주하는 대서사에 흠뻑

2020-06-30 06:59

[맥스무비=위성주 기자] 2004년 개봉한 영화 ‘트로이’의 디렉터스 컷이 개봉한다. 원 개봉 판에 비해 무려 33분의 분량이 더해졌다는 소식에 혹여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196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오히려 더없이 짧게만 느껴졌다. 16년 만에 다시 만난 ‘트로이’ 대서사시는 여전히 압도적이고 장엄하며, 환상적이다.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그리스 전역에 불세출의 영웅으로 이름을 알린 아킬레스(브래드 피트)는 트로이와의 전쟁에 참여하면 죽음을 맞이할 것을 직감하면서도, 영원한 영광을 얻기 위해 참전을 결정한다. 완벽한 영웅의 면모를 보이며 단숨에 트로이 성벽 해안에 상륙한 그는 파죽지세로 트로이를 점령할 듯하지만, 포로로 잡은 브리세이스(로즈 번)에 감화돼 전쟁터를 떠나려 한다. 트로이를 떠나는 날 아침, 아킬레스는 사촌인 파트로클로스(가렛 헤드룬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다시금 전쟁터를 향해 자신의 전차를 몰기 시작한다.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한 영화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스’를 바탕으로, 신들의 전쟁이기도 했던 트로이 전쟁을 철저히 인간들만의 이야기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개봉 소식을 알린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주인을 잃은 개가 구슬픈 소리를 내는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헥토르(에릭 바나)의 추가 전투신,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로맨스 신 등 33분가량의 컷이 더해져 총 196분에 달하는 방대한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트로이’가 개봉한 지 16년이 흘렀음에도, 스크린에 수 놓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는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관객을 매혹했다. 신처럼 싸우는 전사 아킬레스의 전투는 짜릿한 스릴을 선사했으며, 그의 유일한 대적자 헥토르의 인간적 면모와 애달픈 이야기는 보는 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화에 몰입시켰다. 2004년 개봉 판에 비해 33분이라는 길이가 더해졌다지만,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일말의 지루함 없이 19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단숨에 질주했다.

디렉터스 컷에 추가된 장면은 크게 네 장면이다. 적막한 산자락에서 주인을 잃은 개가 구슬픈 소리로 우는 오프닝은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디렉터스 컷에 반드시 추가하겠다고 선언한 장면으로, 전쟁의 광기와 황폐함을 암시한다. 이에 더해 오디세우스(숀 빈)에게 깊이 있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장 신과, 트로이인들의 전쟁 준비 신, 헥토르의 추가 결투 신 등은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특히 추가된 아킬레스와 브리세이스의 로맨스 신은 아킬레스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탐욕과 광기, 폭력의 장에서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위로하는 두 인물의 애절한 사랑이 아킬레스의 이후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것이다.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사진 판씨네마(주)

이 외에도 디렉터스 컷은 리마스터링을 통해 영상미와 사운드까지 변화가 있었다. 팔다리가 절단되고 피륙이 난무하는 전쟁 장면은 개봉 판보다 더욱 잔인하게 묘사됐으며, 바다는 푸른 색감이 더욱 강해져 영화가 신화에 바탕 했음을 상기시킨다. 무기로 살을 꿰뚫는 금속성 임팩트가 보다 사실적으로 강화되기도 했다.

‘트로이’는 신화를 차용했지만, 신을 배제한 채 오롯이 인간들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무리 청해도 신은 부름에 응하지 않고, 아폴론을 숭배하던 트로이는 인간의 지혜에 의해 살육의 장으로 뒤바뀐다. 심지어 아킬레스는 “신은 인간을 질투한다”며 인간의 인생이 유한하기에 유일하고, 유일하기에 매 순간이 빛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에 영화 역시 빛이 난다. 영화는 전지전능한 신도, 압도적인 초능력을 자랑하는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킬레스가 프로페셔널한 전투의 귀재로 표현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영역이다. ‘트로이’는 신화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권력을 향한 탐욕과 전쟁의 허무함, 조국에 대한 사랑 등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실적인 묘사로 녹여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봉: 7월 3일/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출연: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숀 빈/감독: 볼프강 페터젠/수입·배급: 판씨네마㈜/러닝타임: 196분/별점: ★★★★☆

위성주 기자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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