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트랜짓' 떠나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2020-06-30 14:35

[맥스무비=이은지 기자] 영화 '트랜짓'은 난민의 이야기다. 신분을 위조해 멕시코로 떠나려는 난민 게오르그를 통해 난민들을 이야기 한다.

영화 '트렌짓' 스틸. 사진 엠엔엠인터내셔널

게오르그는 독일군이 파리로 진군하자 마르세유로 탈출한다. 호텔에서 우연히 자살한 작가 바이델의 가방을 손에 넣는다. 그 안에는 작가의 원고와 아내에게서 온 편지, 멕시코 대사관에서 온 비자 허가서 등이 들어있다.

처음에는 대사관을 찾아 원고 등을 돌려주고 돈을 받을 생각이었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여관 주인은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했다. 그것도 일주일치를 선불로.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야 했던 게오르그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바이델의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들고 대사관을 찾는다.

그곳에서 뜻밖의 상황을 마주한다. 영사는 게오르그를 바이델로 착각하고 그의 아내가 이곳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바이델 원고와, 그가 받은 아내의 편지를 떠올려 아내가 자신을 먼저 떠났다는 사실과 아내의 이름을 겨우 말한다.

영사는 아내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게오르그를 의심하는 대신 질문을 하나 던진다.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라고. 그는 "나는 아내를 거의 잊었다"는 답으로 대신하고, 바이델 작가로 신분을 위조해 멕시코로 떠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영화 '트렌짓' 스틸. 사진 엠엔엠인터내셔널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신비로운 한 여자로부터 틀어진다. 자꾸만 가다와 인사를 하다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돌아서는 여자. 누군지도 모를 묘령의 여인을 다시 마주한 것은 한 의사의 여자로다. 우연히 연연을 맺은 의사는 자신의 아내는 아니지만 한 여자를 소개한다. 의사는 여자를 두고 떠날 수 없다. 여자의 남편이 여자의 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오르그도 마찬가지다. 마르세유로 오는 길, 동행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는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게오르그가 보살펴줬다. 하지만 결국 죽었다. 그의 아내와 아들을 만났고, 정이 들고 말았다. 그의 아들은 게오르그를 아빠처럼 따랐다. 그를 버리고 가야했지만,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영화 '트렌짓' 스틸. 사진 엠엔엠인터내셔널

의사는 게오르그를 "어린 아이를 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게오르그는 "그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다"고 맞섰고, 의사는 "그녀 역시 나의 아내가 아니다"라는 말로 같은 상황임을 암시했다.

좋지 않은 기분을 뒤로 하고 떠난 다음 날, 게오르그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호텔을 찾지만 그곳에는 여자 뿐이다. 여자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라고 묻는다. 남자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영사와 묘령의 여자가 던진 질문인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버림을 받았을지라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누군가를 버리고 떠나왔을지도 모른다. 게오르그가 신분을 빌린 작가 바이델처럼 버림을 받기도, 게오르그처럼 누군가를 버릴지도. 그 시대는 그랬다.

'트랜짓'은 동독 작가 안나 제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에서는 '통과비자'로 알려진 작품이다. 안나 제거스 작가의 개인적인 소설이자,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평가받는 '트랜짓'은 그녀가 나치 치하에서 작품이 불태워지고 페초되는 등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다 망명 생활을 시작하며 쓴 작품이다.

소설은 극심한 공포에 내몰린 망명자들이 몰려들어 마치 세계의 마지막 항구처럼 돼버린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파시즘의 공포와 부질없는 희망과 도주의 권태에 사로잡힌 망명자들의 정신세계를 깊숙히 파고든다.

영화 '트렌짓' 스틸. 사진 엠엔엠인터내셔널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은 이 원작을 새롭게 재창조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법체류자, 난민이다. 주인공 게오르그 역시 난민이다. 하지만 전쟁이나 난민에 대한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진 않는다. '트랜짓'은 자연스럽게 게오르그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그가 만난 사람, 그가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며 그들 속으로 들어간다. 이는 "난민은 우리 내부 깊은 곳에 전재하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의 철저한 의도였다.

뿐만 아니라, 1940년을 재구성한 역사물을 '피닉스'를 이미 연출한바 있는 그는 과거의 재구성에 갇히지 않고, 오늘날로 불러왔다. 오늘날 마르세유에 난민들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했고, 그렇게 페촐드 감독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개봉: 7월 2일/관람등급: 12세관람가/출연: 프란츠 로고스키, 폴라 비어/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러닝타임: 101분/별점: ★★☆

이은지 기자 ghdpssk@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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