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나를 찾아줘’ 이영애, 아이 잃은 엄마 그 이상을 이야기하다

2019-11-26 15:54

이영애에게 14년만의 스크린 컴백은 낯설기보단 기대되고, 힘들기보단 즐거움이 앞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신작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11월 27일 개봉)는 이영애의 명실상부 대표작 중 하나인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이후 무려 14년의 세월을 기다려온 공식 컴백작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모든 게 낯설 법한데, 그 동안 묵혀온 세월이 무색하게도 이영애의 전문성과 독보적인 아우라는 여전히 빛을 발했다.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는 복수를 꿈꾸는 불가사의한 여인이었다면 ‘나를 찾아줘’의 정연은 아이를 잃은 후 슬픔의 수렁에 빠진 비련의 여인이다. 영화는 아이를 찾기 위한 정연의 처절한 고군분투를 담았지만 그 이상의 사회적인 메시지 역시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엄마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할에 접근하려 노력했다. 이영애가 관객들이 이 작품을 그저 모성애 영화로만 봐라봐 주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모성애의 숭고한 정신, 아이를 찾는 엄마의 감정 보다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사람을 향한 연민을 확대해서 접근해봤어요. 지나쳐가는 관심이 아니라 하나하나 짚어내게 되는 감정들이요. 물론 제가 아이를 낳은 엄마이기 때문에 정연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감정의 결은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었지만요.”

극중 정연이 아이를 찾기 위해 자신을 경계하는 낚시터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어가면서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후반부로 향할 때엔 극한의 상황들이 몰아 닥치면서 치열한 몸싸움과 린치가 이어지기도 한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나, 영화를 보고 있을 관객들에게나 불쾌하고 보기 힘든 장면들이지만, 정연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겨졌다.

“어려운 일들은 같이 어깨동무 하고 오듯, 모든 어려움을 응축시켜서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물론 보시는 관객 분들은 힘들어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운이 더 길게 느껴지고 카타르시스도 크지 않을까요? 정연을 연기하는 건 힘들었지만, 이런 고된 캐릭터였기에 더욱 이해하기 쉬웠고 몰입도 수월했던 것 같아요.”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이영애는 낚시터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상대방과 치고 박고 하는 것이 “은근 재밌었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액션이라고 내세울 건 없지만 이 맛에 액션을 하는구나 싶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영화를 몇 개 해봐야겠더라고요. 현장에서 제가 했던 것 이상으로 연출이 잘된 것 같아요. 시사회 때 액션 호흡이 꽤 길다고 놀라신 분도 계시던데, 그런 반응을 보는 것도 배우 입장에선 참 재밌어요.”

14년만의 컴백작인데도 불구하고 신인 감독이 연출하는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의외의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캐릭터에 신뢰가 갔고, 무엇보다도 극에 대한 첫인상이 좋아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수십 년간 이영애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받았던 좋은 첫인상들은 이영애의 화려한 커리어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를 찾아줘’는 캐릭터들이 밀도 있고, 주제가 좋았던데다 구성도 잘 짜여있어서 마치 한 편의 좋은 연극을 보는 것 같았어요. 쉼 없이 잘 읽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저는 시나리오를 볼 때 첫 느낌을 중요시 하는 편이에요. ‘대장금’을 했을 때도 제 결정에 의아해하셨던 분들이 많았는데, 그 작품도 제겐 감이 참 좋았거든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찾아줘’ 역시 이 지리멸렬한 현 사회를 잘 전달하는 동시에 따뜻한 분위기까지 가미돼 있어 첫인상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는 아동 납치, 섬 노예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 한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들이 반영돼 관객들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영애로서는 ‘나를 찾아줘’가 더 진중한 작품으로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상이 좀 더 아이들이 살아가기 좋은 곳이 됐으면 좋겠다.

“매일 저녁 아이들과 같이 기도를 하는데, 언제나 첫번째 기도 제목은 바로 세계의 평화예요(웃음). 세계가 평화롭고 한반도가 평화로워야 가정도 평화롭잖아요? 아이들을 낳고 변한 점이 있다면 이제 저 하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계속될 삶과 밝은 미래를 생각하다보니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사회적인 이슈를 담은 영화를 보고 ‘내가 왜 돈까지 내고 고통을 받아야 돼?’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세상은 영화보다 훨씬 고통스러워요. 관객들도 이러한 고통들을 체험해본 뒤 길거리의 실종 전단지라도 한번 들여보게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 영화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줬으면 좋겠네요.”

이유나 기자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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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나 기자 lyn@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