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유다인이 공감한 ‘속물들’의 군상

2019-11-28 17:07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욕망과 그로 인한 추악함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물들’(감독 신아가, 이상철)은 솔직한 작품이다.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속물들의 난투를 다룸으로 우리 모두에게 내재돼 있는 천박한 욕망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사진 주피터필름

극중 배우 유다인은 타인의 작품을 차용하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는 인물 선우정 역을 맡았다. 선우정은 남자친구를 두고 바람을 피면서도 보험으로 다른 남자를 만날 정도의 뻔뻔한 인간이다. 자신의 속물근성에 대한 죄책감 따윈 없다. 현실의 자아와 꽤 먼 거리에 위치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소감에 대해 그는 “그래서 더 재밌었다”며 여유 섞인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그는 선우정의 비윤리적인 인간상에 대해 이질감 대신 연민을 보냈다.

“기본적으로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면은 비슷하다. 선우정이 주위에선 다 미술을 때려치우라고 하지만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 미술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연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나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유다인에게 선우정이란 인물은 단순한 배역을 넘어선 또 다른 자아였다. “영화에서는 편집됐던 장면인데 ‘나 같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면 죽어요’라는 대사가 있다. 그것이 선우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역에게 느끼는 동질감이 담긴 답변이었다.

사진 주피터필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속물들’은 그에게 있어서 깊은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삶에는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순간이 존재한다. 특히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 주위 사람들의 걱정은 화살이 돼 날아왔다.

그는 지난 2-3년간 겪었던 슬럼프에 대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속물들’에 참여하기 전이었다. 연기를 10여년을 했으면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서도 걱정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랑 같이 출발했던 배우들이 성과를 냈던 때였다. 좋은 마음에서 한 말들이지만 자꾸 듣다 보니까 상처가 쌓이고 쌓였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나보니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슬럼프에 빠져 작품을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했던 시간이 있었다”며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속물들'을 고심 끝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시간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게 된 순간을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본 순간 당장 촬영장에 달려가고 싶었다. 선우정의 캐릭터에 설득력이 있었고 이해가 됐다. 대사들도 굉장히 좋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슬럼프를 극복한 후 참여한 현장은 그에게 즐겁기 그지없었다.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해볼게요’였다”며 말문을 연 그는 배우들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싸우고 날이 서있는 장면이라 배우들끼리 많이 친해지진 못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심희섭은 이전부터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던 배우였고 차가운 연기가 인상깊었다. 옥자연도 워낙 잘 했고 송재림 배우는 낯을 많이 가리고 겉으로 봤을 땐 차가운 인상이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이 많은 사람이었다"며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이 가장 건강하다며 기쁜 표정으로 말하는 그는 현재에 대해 “버틴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예전보단 건강해져서 마음에 근육이 생겼다”며 밝게 답했다. 덧붙여 “최대한 지키면서 꾸준히 오래하는 것이 목표다. 주위의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워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있다는 마음으로 오래하고 싶다”며 누구보다도 단단한 결의를 내비쳤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온 대답이었다.

유다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속물들’은 오는 12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정지은 기자 jean@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 지은 기자 jean@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