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 옥자연 "'속물들’, 새로운 캐릭터를 향한 도전”

2019-12-11 11:30

[맥스무비=박재은 인턴기자]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가면을 쓰고 산다. 영화 ‘속물들’(감독 신아가, 이상철)은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원초적인 감정들을 가감 없이 들추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답게 개인이 가진 추악한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동시에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등장인물 속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영화 '속물들'에 출연한 배우 옥자연. 사진 스튜디오 팩토리8 김대한

배우 옥자연은 이 작품에서 파격적인 터프함과 솔직한 매력을 두루 갖춘 캐릭터 탁소영 역을 맡았다. 탁소영은 선우정(유다인)의 20년 지기 친구지만 때론 앙숙처럼 보여 지기도 하는, 도무지 속내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는 주변인 사이에서 악명 높은 인물로 영국 정신병원을 뛰쳐나와 무작정 국내로 도피를 떠났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아무 행인의 전화를 빌려 무례하게 행동한다거나 길바닥에서 남편과 욕을 하며 싸우고 남의 집에 쳐들어가 친구 남자친구를 유혹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파렴치한의 면모를 보인다.

신아가 감독은 ‘속물들’ 캐스팅에 앞서 소규모 단편영화에 출연했던 옥자연의 모습에서 탁소영이라는 인물을 캐치했다. 처음 ‘속물들’ 시나리오를 받아본 옥자연은 탁소영의 첫인상에 대해 본인에게 없는 면들을 꺼낼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탁소영은 가슴이 뻥 뚫릴 거 같은 시원함을 지닌 캐릭터다. 그는 자신의 말을 당당하게 전하는 인물로, 평소 조심스러운 성격인 나와는 정반대로 보여지는 모습에서 대리만족 마저 느껴졌다. 동시에 저렇게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물들' 옥자연 스틸. 사진 주피터필름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인만큼 탁소영은 구체적 모델이 존재했다. 다만 감독이 전하는 설명만으로 캐릭터를 구연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캐릭터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표현의 한계점을 느껴 난항을 겪기도 했다며 “자유로운 소영을 연기하고 싶었지만 갇힌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어느 순간 타협점을 찾게 됐고 그 과정에서 특히 배우 유다인과 합이 잘 맞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극중 친구와 앙숙을 오가는 연기호흡을 선보인 유다인에 대해 “물 흐르듯이 결이 맞았다”고 표현해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옥자연은 수줍고 상냥한 느낌을 주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마약과 광기에 찌들고 퇴폐한 삶을 전전하는 천방지축 탁소영을 소화해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옥자연은 탁소영이 가진 면모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해석했다는 답변을 남겼다. 탁소영이 마약에 빠져 퇴폐적이고 방탕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선 영화 ‘몬스터’(감독 패티 젠킨스)의 살인마 에일린(샤를리즈 테론)이 보여준 공포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록밴드를 한다는 설정을 가진 탁소영이 밴드 멤버들과 싸우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깔깔거리는 장면은 영화 ‘런어웨이즈’(감독 플로리라 시지스몬디)의 조앤 제트(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보여준 자유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해석하며 탁소영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이어 옥자연은  좁은 세계를 확장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캐릭터들을 눈여겨보는 배우다. 애정을 주면 충분히 빛을 낼 수 있는 독특한 매력과 가능성을 가진 인물들에 애착이 간다는 따뜻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런 의미에서 '속물들'은 애착이 가는 작품이면서도 배우 인생에 하나의 도전으로 다가왔다. 진정한 내 모습과 가장 멀다고 생각했던 캐릭터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뜻 깊은 경험을 했다.”

영화 '속물들'에 출연한 배우 옥자연. 사진 스튜디오 팩토리8 김대한

‘속물들’은 지난 2018년에 개최했던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으로 공개 돼 호평을 받았다. 연극배우로 데뷔해 최근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확장한 그에겐 영화배우로서 난생 처음 밟아보는 레드카펫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가 ‘속물들’의 완성된 모습을 처음 만나는 자리기도 했다. 옥자연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며 첫 번째 영화제에서 느낀 설렘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그는 영화제 상영 직전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관객에게 무겁게 다가갈까 내심 걱정됐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상영 중에 객석에서 터진 관객들의 웃음에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떠올렸다. 영화제 공개 후 정식 개봉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나게됐다. 옥자연 역시 기쁜 마음이었다. 옥자연이 표현한 솔직담백한 캐릭터가 과연 어떤 반향을 만들지 기대가 모인다.

‘속물들’은 오는 12일 개봉된다.

박재은 인턴기자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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