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 ‘속물들’ 심희섭 “나도 누군가에겐 속물일지도 모른다"

2019-12-12 16:37

[맥스무비=정지은 기자] 속물은 교양이 없거나 세속적인 일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타인을 지옥에 빠뜨리면서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을 합리화한다.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나 양심은 없다.

영화 ‘속물들’(감독 신아가, 이상철)은 미술계에서 다른 작가 작품을 표절하며 먹고사는 선우정(유다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속물근성을 가진 인물들을 담았던 작품이다. 심희섭은 이기적인 네 남녀가 서로 헐뜯고, 짓밟는 난장판 속에서 어두운 욕망을 드러냈던 김형중 역을 맡았다.

영화 ‘속물들’에 출연한 배우 심희섭. 사진 스튜디오 팩토리8 김대한

‘속물들’에서 김형중은 유일하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세심한 내면 연기가 요구됐던 캐릭터지만 심희섭은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속물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언급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욕심이 났고 인물들이 지닌 심리와 틀에 벗어난 김형중이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꼈다"며 출연을 결심했던 이유를 밝혔다.

심희섭은 ‘속물들’을 통해 신아가, 이상철 감독과 처음으로 합을 맞췄다. 그는 첫 미팅 때 만났던 두 감독이 베푼 친절을 여전히 기억했다. ‘속물들’ 촬영에 돌입한 후에도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했던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선을 지켜줬다. 편해지면 흐트러질 수 있는데 감독님들이 건네준 배려 덕분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배우들 연기가 빛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럴 때마다 힘이 나서 더 큰 에너지를 뿜게 됐다. 완성된 연기를 보고 감독님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영화 ‘속물들’에 출연한 배우 심희섭. 사진 스튜디오 팩토리8 김대한

‘속물들’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담았다. 오랜 애증 관계인 친구 탁소영(옥자연), 바람을 피우는 남자 서진호(송재림), 자신이 지닌 약점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거듭하는 선우정까지, 극단적으로 표현된 속물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인물들이다. 심희섭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우정과 대립했던 신을 꼽았다.

“끓어오르는 주전자처럼 아슬아슬한 긴장이 넘쳤다. 공격적인 대사도 없이 서로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르기가 힘들었던 장면이다. 다행히 아는 사람과 함께 편하게 연기했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캐릭터를 유지하는 선에서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했다.”

영화 ‘속물들’에 출연한 배우 심희섭. 사진 스튜디오 팩토리8 김대한

심희섭은 전작들에서 선한 역할을 맡으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비정한 속물을 연기했던 '속물들'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속물들'을 촬영하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 작품들에 담긴 추악한 욕망들을 통해 인생을 돌아봤다.

“내가 생각하는 속물이란 기억을 합리화시키고 스스로 편하고자 왜곡하는 사람이다.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줬거나 내가 기억하는 어떤 상황이 상대방한테는 완전히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못되게 말했고 행동했던 부분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겐 속물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그는 극장에서 속물적인 인물, 김형중을 마주할 관객들에게 당부를 보냈다.

"처음 시나리오로 김형중이라는 인물을 접했을 때 생각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다. 작품 속에서 극단적인 표현과 상황들이 등장하지만 블랙코미디가 설정한 장치라고 봐줬으면 좋겠다."

정지은 기자 jea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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