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시동’ 정해인, 어중간한 학생이던 그가 반항아를 그려낸 방법

2019-12-13 12:26

[맥스무비=이유나 기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시동’은 만화 같은 코미디를 머금은 작품이다. 줄곧 웃기지만은 않고, 때로 어두워지나 다시 따스해진다. 포스터는 청춘만화 같은 발랄함이 가득하지만, 막상 마주한 영화는 우리네 삶 속 보편적인 근심 걱정들이 곳곳에 베여있다.

'시동' 정해인 /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정해인이 연기한 상필은 영화 속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캐릭터다. 치매 걸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상필은 어두운 방에서 밤을 까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대부업이라는 위험하고 거친 세상에 뛰어든다.

‘시동’(감독 최정열, 12월 18일 개봉)은 두 절친, 택일(박정민)과 상필이 하나씩 주축을 맡아 전개된다. 택일이 자기 살 길을 찾아 동네를 떠나있는 동안 상필이 처한 상황은 더욱 아찔해진다. 홀로 아등바등 거리던 상필은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그 과정은 만화같이 펼쳐지던 택일의 일상과 대조적이라 상필의 고충이 더욱 극대화되는 듯하다.

“택일이 사는 세상 ’장풍반점’ 보다 상필이 사는 세상 ‘글로벌 파이낸스’가 더 어둡고 험악하게 그려진다. 영화에서 많은 장면이 편집되면서 더욱 살벌해졌다. 상필을 직접 연기하긴 했지만, 극중 상필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늠도 안돼 안쓰럽다.”

정해인이 가진 순한 이미지가 상필 역을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본 상필의 초라하고 처연한 얼굴은 관객들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상필은 환경이 녹록지 않은 10대 어린아이다. 반항아와는 거리가 멀지만 반항아인 척하는 인물로 보였으면 했다. 욕을 하는 모습, 담배 피우는 모습 모두 능수능란하거나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연기했다. 택일도 상필과 통화할 때,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못 죽일 걸 아니까 그냥 웃고 넘긴다. 영화 속 상필이 표출하는 모든 분노는 그저 객기일 뿐이다. 관객분들도 상필을 그 정도 인물로 바라봐 주시길 바랐다.”

'시동' 정해인 /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초반 택일과 상필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기묘한 우정관계를 선보인다. 박정민과 정해인의 연기합이 잘 맞아 더욱 현실감 넘치는 우정이었다. 오프닝 스쿠터 신에서는 친분 없는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 친구 같기도 하다. “박정민과 ‘남남 케미’를 선보일 수 있어 기뻤다”는 정해인은 박정민과 처음 한 작품으로 만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밝혔다.

“6년 전 ‘파수꾼’을 보고 정민 형 팬이 됐다. 동경하던 정민 형과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정민 형의 말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10대 아이가 친구들 말투나 유행어를 따라하듯 그랬다. 정민 형은 애드립에 능해 장면을 더욱 풍부하게 해줬고, 서로 애드립을 주고 받는 게 즐거웠다. 다만 붙어있는 장면보다 통화하는 장면이 더 많아 아쉬웠다. 둘 다 바빠서 촬영을 하는 동안 친해지기 어려웠지만, 나중에 ‘시동’과 다른 결을 가진 작품에서 친구 역할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극중 택일과 상필 모두 질풍노도의 10대 시절 속 한 때를 지난다.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담배를 피며 끈질기게 반항한다. 정해인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반추한 뒤 “내성적이고 평범하며 어중간한 학생이었다”고 과거의 자신을 정의했다. 가장 크게 반항해본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쑥스러운 미소부터 얼굴에 띄웠다.

“학창시절 진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마찰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에이전시 명함을 받고 연기를 하겠다 말씀 드렸었다. 반대하는 아버지께 소리를 지른 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평소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던 편이라, 처음 반항했을 때에는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그래도 연기는 꼭 하고 싶었다. 말과 움직임으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내성적이었던 내게 해방감을 주는 영역이었다.”

'시동' 정해인 /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반항의 정점을 찍은 격동기를 지나, 이제 어엿한 데뷔 6년차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6년 동안 연기자로 일하며 한 달 이상 쉬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작품에만 임했다. 올해에는 한번에 두 작품을 촬영하는 건 물론,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한 이유는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싶어서다. 그렇게 배우가 존재하는 이유를 느꼈다. 가끔 잠자기 전에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아,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는 없다. ‘시동’을 보면서도 연기를 더 잘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도전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실패를 거듭해야 목표를 좇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 ‘시동’은 내게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 됐다.”

이유나 기자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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