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남자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지는 영화 혹은 영화 음악

2003-09-15 14:17


흔히 봄에는 여자가 연애를 하고 가을에는 남자가 연애를 한다고 하죠. 가을에 구르는 낙엽은 평소 단단하기만 했던 남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나 봅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은 남자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지는 사랑 영화를 함께 해요.

클래식 - 사랑하면 할 수록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 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이 시 기억하세요? 영화 <클래식>에서 준하가 주희에게 보낸 편지에 쓰여있던 괴테의 시죠.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 준하.

조금은 상투적인 내용이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깊은 감동까지 선사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오가며, 관객의 가슴에 아로새겨질 멋진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구요.

아름다운 장면만큼이나 슬픈 장면도 많았지요. 저에게는 준하가 주희에게 자신이 장님이 된 걸 들키지 않으려고 카페에 미리 와서 연습까지 하고 간 부분에서 가장 많이 울었답니다. 그걸 들킨 후에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준하의 모습에 제 가슴도 찢어지듯 아팠습니다.

이런 장면마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데 기여한 음악들.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 수록‘이나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 어느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 OST에 수록된 명곡입니다.

사랑과 영혼 - Unchained Melody

살아 있는 동안 그녀를 사랑하고 죽어서까지도 그녀를 지킨 한 남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바로 1990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 Sadness

이 영화는 맥 라이언과 앤디 가르시아가 나오는 가 아닙니다. 헬렌을 박스에 넣기라는 의미의 ‘Boxing Helena’가 원제입니다. 바로 남자가 사랑할 때 얼마나 무서운 집착과 소유욕을 보여주는 지를 극단의 예로 보여주는 영화죠.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딸인 제니퍼 린치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도 그녀가 썼다고 하는데요, 아버지보다 두 술 세 술은 더 뜬 듯한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오죽하면 원래 헬레나로 내정되어 있던 킴 베이싱어가 과다노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답니다. 우리에겐 <프렌즈 시즌 3>에서 진저 역할로 잘 알려진 세릴린 펜이 헬레나로 열연했습니다.

아주 유명한 외과의사인 닉은 우연히 혼자 사는 헬레나를 보고 한눈에 사랑을 느낍니다. 그래서 헬레나를 파티에 초대하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헬레나는 그를 거절하고 모욕합니다. 파티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트럭에 치어 중상을 입은 헬레나. 사고를 목격한 닉은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가 응급처치를 해 줍니다. 그러나 헬레나는 깨어나서 두 다리가 허벅지까지 잘려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소유하려는 닉의 몸부림이 혐오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애절하기도 합니다. 물론 용서받을 수는 없겠지만요. 앞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극장판과 비디오판의 결론이 다르다고 하는데, 저는 비디오로 봐서 극장판의 결론이 궁금하답니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이 영화에는 이니그마의 ‘Sadness’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한 때 영국 싱글차트에서 1위를 달렸던 그 음악이죠.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 영화의 컬트적이며 음산한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진용 - 분심이화

남자의 사랑은 시간도 초월합니다. 장이모우 감독이 감독과 주연을 함께 한 영화 <진용(秦俑)>. 진시황을 보위하던 무사와 동녀(童女 ;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방사 서복을 시켜 500명의 동남동녀를 모았습니다)의 시간을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진용이 되어 진시황릉을 지키는 몽천방은 불로장생약의 힘으로 현대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러나 그를 위해 죽음을 택했던 동아는 3류 배우 주리리로 환생해서 그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여기에 황릉을 도굴하려는 백운비 일당이 등장해 두 사람의 인연은 자꾸 엇갈리기만 합니다.

이 영화는 장이모우와 공리의 매력이 유감 없이 발휘되어 있습니다. 공리는 <진용>에서 1인3역을 했는데요, 전생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동녀 한동아와 후생의 천박한 3류 배우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냅니다. 장이모우 역시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간직한 몽천방 역에 너무 잘 어울립니다. 당시 잘 나가던 잘 생긴 중국 배우가 나왔다면 절대로 이 영화는 이렇게 감동적이지 못했을 겁니다. 장이모우가 연기한 몽천방은, 정말로 다른 곳 아닌 이곳 병마용에서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오직 동아만을 기다릴 것 같은 우직함을 느끼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특수효과도 그저 그렇고 편집도 그다지 세련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느낌이 드는 영화긴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조화나 영화 전반부에 보여주는 진나라의 분위기―중국적이라 할 수 있는―때문에라도 이 영화는 걸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진용>을 얘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악입니다. 중국 노래를 모르는 사람도 이 영화를 본 후에 한 마디씩 합니다. 공리가 죽을 때 나오던 그 노래가 너무 맘에 든다고 말입니다. 바로 엽천문이 부른 ‘분심이화 焚心似火‘죠. 죽음에 임하여 동아는 몽천방에게 달려가 깊은 입맞춤을 나눕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숨겨두었던 불로장생약을 몽천방의 입속에 넣어주죠. 그리고 자신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긴 옷자락을 나비처럼 펄럭이며 뛰어들어 숨을 거둡니다. ’불타는 육체는 나를 다 태워 버려요 내 마음까지도 태워 사랑의 노래를 합니다 그 사람들은 사랑으로 불을 끄라 하지만 이 땅에서 나는 진실한 사랑 노래를 하고 싶어요 정이 짙은 시 한편처럼 천년 천세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회원기자 김효진 cat199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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