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조조 래빗’, 참혹한 현실을 따뜻하고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2020-01-23 12:10

[맥스무비=위성주 인턴기자] 순진무구한 소년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어른들 조차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영화 ‘조조 래빗’은 바로 그러한 소년의 시선으로 나치와 전쟁이 발한 참상을 그린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서 있었던 비극적 현실을 가감 없이 재현하면서도, 증오와 아픔이 아닌 웃음과 희망, 사랑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 '조조 래빗'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년 조조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나치를 좋아한다. 어린 소년 눈에 비친 나치는 적을 물리치고 가족을 지켜주는 멋진 영웅이다. 나치를 동경해 독일 소년단에 입단까지 한 조조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온다. 집에 숨어서 살고 있던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조조는 뿔 달리고 냄새 나는 괴물이라고 배웠던 유대인이 그가 아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당황하기 시작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순수한 소년인 만큼, 이야기는 동화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조조는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와 대화를 주고받고, 실제 수류탄 연습을 하는 독일 소년단 캠프를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조조 래빗’은 그렇게 유머러스한 톤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소년이 가진 순진무구한 시선과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가벼운 코미디는 관객으로 하여금 부담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영화는 나치 치하에 있던 비극적 현실을 여실히 그려내기도 한다. 길거리엔 교수형에 처해진 시체들이 즐비하고, 수영장에는 전쟁으로 인해 팔 다리가 잘린 소년들이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순진함과 웃음으로 경계를 푼 관객들은 어느새 배경 도처에 깔린 참혹함을 발견하고 통렬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조조 래빗’은 시선과 배경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영화 '조조 래빗'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에 등장하는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 캐릭터들이 표현된 방식 역시 섬뜩한 감상을 부른다. 극중 게슈타포들은 광기 어린 형태가 아닌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조조가 그림을 보고 귀엽다고 웃기도 하고, 일상에서 겪는 고충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러한 방식으로 악의적인 이념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쉽고 이질감 없이 퍼질 수 있는지 역설한다.

‘조조 래빗’은 얼핏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77,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를 연상시킨다. 두 영화 모두 나치 독일이 자행했던 끔찍한 참상을 아이를 통해 웃음과 희망으로 그리는 이유다. 다만 ‘조조 래빗’은 소년의 순수함을 지켜주고자 하는 어른들과 함께 아이 역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내 색다른 감상을 남긴다. 소년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 이후 두려움에 떨지만 이내 씩씩한 표정으로 이를 떨쳐내며 미소를 짓는다.

개봉: 2월 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스칼렛 요한슨,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타이카 와이티티, 토마신 맥켄지, 샘 록웰, 레벨 윌슨, 스티븐 머천트, 알피 알렌/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배급(국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108분/별점: ★★★★

위성주 인턴기자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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