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슈 | 아시아계 할리우드 스타들, 코로나가 촉발한 인종차별에 항의 릴레이

2020-03-26 16:46

[맥스무비=이유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국 사회를 뒤덮은 최근, 동양인 혐오 및 차별 사건을 고발하는 사이트가 개설돼 화제다.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와 긍정행동을 위한 중국인(CAA) 두 단체가 개설한 사이트에는 이미 150여 건의 신체적, 언어적 폭력 사건이 접수돼 우려가 쏟아진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미국인들의 동양인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에 지기 위해 ‘중국 바이러스’라고 명명한 이후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이 더욱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란 명칭이 바이러스가 그 나라에서 시작됐다는 의미일 뿐 인종차별적 언사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이미 미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피해를 입은 동양인들이 수두룩하다.

라나 콘도르. 사진 넷플릭스

이에 해외에 거주하는 동양인들 사이에서 인종차별 중단을 촉구 ‘#IAmNotaVirus’(저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WashTheHate’(혐오를 없애자)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동양인 혐오 및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에서 한국계 미국인 소녀를 연기했던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라나 콘도르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발언을 비판했다. 라나 콘도르는 “대통령의 인종차별주의적 말과 행동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우리가 어떤 위험에 처할게 될지 알고 있느냐”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은 리더다”라고 분노했다. 라나 콘도르의 일침을 본 미국 네티즌들은 중국을 향한 원망을 라나 콘도르에 돌려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라나 콘도르는 해당 글을 삭제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미국에 만연한 인종차별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존 조.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타트렉’ 시리즈, ‘서치’ 등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는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조롱으로 응수했다. 존 조는 자신의 SNS 계정에 “바이러스를 두고 ‘칭챙총’거리는 미국인들은 그렇게 죽을 거다, 멍청이들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서 ‘칭챙총’은 중국인의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따라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일반적인 표현이다.

존 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계 칼럼니스트 프랭크 숑이 직접 직면한 인종차별에 대해 쓴 칼럼의 링크를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프랭크 숑의 칼럼은 병원 환자들이 의료인인 숑의 어머니로부터 진료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상황을 생생히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니엘 대 킴. 사진 CBS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배우 다니엘 대 킴 역시 SNS를 통해 호소글을 올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한 그는 “나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이곳 뉴욕에서 감염됐다”라며 “정치인들이 코로나19를 뭐라고 부르고 싶어 하든, 나는 그게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현재 아파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서로를 악마로 만드는데 온 힘을 다 한다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종과 성별,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면서 “나는 우리가 한번 더 모두를 위해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이라고 호소했다.

디즈니 영화 ‘뮬란’에 출연한 홍콩계 미국인 배우 티지 마는 식료품점에 가던 중 차에 탄 행인이 자신에 “집에서 자가격리나 하라”며 소리를 질렀다는 일화를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로써 항상 경계하며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티지 마는 “인종차별은 바이러스를 없애지 않으며, 오히려 인종차별을 행하는 자신을 더 병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시무 리우. 사진 CBC

첫 아시아계 히어로 솔로 무비 ‘샹치’가 한창 제작되고 있었기에 이번 인종차별 사태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앞서 ‘샹치’ 제작진 일부가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돼 영화 제작이 중단된 가운데, 주인공 샹치 역으로 캐스팅된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 시무 리우가 최근 만연한 인종차별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시무 리우는 “이렇게 힘든 시기, 신중히 사전 예방에 힘쓰는 제작진과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감사하다. 모두 건강한 마음으로, 놀라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라며 상황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한 말이지만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지도 말자”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셀리아 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행자객’에 출연중인 중국계 미국인 배우 셀리아 우는 의료업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최근 중국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던 일화를 꺼내며 답답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셀리아 우는 성명을 통해 수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의료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일깨웠다. 그는 “아시아 의료진들은 이미 당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의 목숨을 걸고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이라도 받을까 두려워한다”고 호소하며 “이들이 일하러 가지 않으면 당신들 모두가 치료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사회 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놀라운 사람들이고, 우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다음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는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라며 “내가 일을 크게 만든 것 같지만, 사람들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CNN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6만 5033명, 사망자 수는 92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미국 15개 주, 30개 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유나 기자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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