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웅의 특별한 리뷰 | <킹덤> 좀비물의 진화를 이끌다

2020-03-26 14:30

<킹덤> 시리즈를 재밌게 봤다. 장르적인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비상시국과 맞물려 사회적인 관점에서 해석할 수도 있고, 권력을 쥘 수 있다면 뭐든 서슴지 않는 영의정 조학주(류승룡)와 이에 동조하는 세력의 만행을 정치적으로 읽을 수도 있다. 감염성이 강한 좀비의 특징과 그로 인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설정의 좀비물이 가진 입체적인 매력이다.

필자는 좀비물 진화 측면에서 <킹덤>이 흥미로웠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팬을 확보하면서 ‘K-좀비’로 명명된 이유일 터다. <킹덤>에서 생사역, 역병, 괴물로 불리는 ‘K-좀비’는 창궐하게 된 배경이 구체적이다. 생과 사의 경계를 무화하는 생사초(生死草)다. 생사초의 비밀은 <킹덤>에서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시즌 2까지 공개된바, 생사초에 붙은 알이 인간 몸에 들어가 기생충의 형태로 단시간에 진화해 죽은 자를 살려낸다.

‘킹덤 시즌2’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좀비물에서 좀비의 탄생은 그 배경을 누락하거나(<새벽의 저주>(2004)), 실험 중이던 분노 바이러스가 노출되어 사람들이 변한다(<28일 후…>(2002))는 식으로 간략히 가져가고는 한다. 이후 벌어질 상황에 더 집중하는 것과 다르게 <킹덤>은 생사초와 관련한 묘사를 이야기 전개의 동력 중 하나로 삼아 그에 대한 궁금증을 뿌려두고 회수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좀비처럼 크리처가 등장하는 작품은 관련한 생존과 제거 방식을 내적 규칙으로 창안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한다. 씨앗과 같은 설정의 내적 규칙이 작품에 뿌리를 내리고 시즌으로 줄기를 뻗는 식이다. <킹덤> 시즌 2는 어린 왕 이염(김강훈)의 팔에 물린 상처에 잠복했던 생사초 알의 기생충이 7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설정으로 시즌 3에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을 제시했다.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김혜준 스틸. 사진 넷플릭스

꽤 많은 기능을 장착한 <킹덤>의 좀비는 쓰임새(?)도 넓어서 인간을 물어뜯고 피를 흡수하는 단순한 본능의 역할을 넘어선다. 조학주는 임진왜란이 벌어지던 중 어떻게 생사초의 기능을 알았는지 소(小)를 희생하여 대(大)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생사역을 생산해 왜군에 맞서는 무기로 활용한다. 인간의 탐욕이 외부로 발화한 존재가 좀비이고 좀비의 공격 본능은 그래서 인간의 탐욕과 등가값으로 작용하는 게 보통인 <킹덤>은 이를 좀 더 밀어붙인다.

좀비물의 보편적 주제는 좀비의 창궐이 발화점이 되어 인간과 인간의 대결로 전이하면서 탐욕의 폐해와 연결된다. 간단하게,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에 반해 <킹덤>에서는 권력을 쥐기 위한 인간의 도구로까지 확대된다. 이의 계략을 꾸미고 물려받는 건 혜원 조씨 일가의 조학주와 그의 딸 중전 계비(김혜준)다. 권력의 최상부에 선 인물들로 절대 권력을 손에 쥐려고 약한 자, 이용하기 쉬운 자들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킹덤>의 주제는 선명해진다.

좀비 바이러스는 인간과 인간이 속한 사회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살아난 시체들의 밤>(1968)은 흑백 갈등을, <시체들의 새벽>(1978)은 자본주의와 소비문화를, <워킹데드>(2010~2019)는 제어하지 못하는 욕망과 이기심을 좀비로 촉발된 인간의 민얼굴로 드러냈다. <킹덤>은 계급이다. 극 중에서 자주 언급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미는 속한 계급마다 다양한 층위를 갖는다.

'킹덤' 시즌2 스틸. 사진 넷플릭스

혜원 조씨 일가에게는 좀 더 권력을 쥐기 위한 집착의 최면이고, 왕세자 이창(주지훈)에게는 무너진 나라의 근간을 세우고 힘없는 백성을 살리기 위한 의지의 주문이며, 민초들에게는 사는 것 자체가 행복인 일상으로의 회귀를 향한 열망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성을 획득하는 건 갈수록 벌어지는 계급 간의 격차로 인한 갈등이 전 세계의 화두인 상황에서 <킹덤>의 메시지로 안착해서다.

장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허구의 존재와 상황을 상정해 유희를 극대화한다. 장르의 설정은 재미를 위한 포섭이면서 또한 현실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우회하여 드러내려는 고도의 방식이다. 장르의 내적 규칙이 쌓아 올린 세계관이 향하는 지점은 그래서, 다시 현실이다. 한국의 조선 배경과 생사역의 장르 설정으로 좀비물의 진화를 이끈 <킹덤>은 새로움과 보편적인 메시지로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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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남웅 기자 edwo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