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타계’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공포영화 감독들이 사랑한 전설의 작곡가

2020-03-30 11:26

[맥스무비=이유나 기자] ‘살아있는 전설’이 떠났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29일 오전(현지 시각)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펜데레츠키의 부인 엘즈비에타가 설립한 루드비히 반 베토벤 협회는 펜데레츠키가 오랜 기간 투병하던 중 고향 크라쿠프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사진 오푸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획기적인 종교곡과 교향곡으로 뚜렷한 주제의 음악을 펼쳐온 현대음악의 거장이다. 그는 ‘히로시마(廣島) 희생자를 위한 애가’ ‘성누가 수난곡’ ‘예루살렘의 7개의 문’ 등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고통과 죄의식 등 실존적 문제를 음악에 담아왔다.

한국과도 연이 깊은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류재준 작곡가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2년 한국 정부에서 위촉 받아 ‘한국’이라는 부제를 붙인 교향곡 5번을 서울에서 초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여러번 내한 활동을 펼쳐온 펜데레츠키는 지난해 10월에도 내한이 예정됐으나, 고령의 몸으로 여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내한이 무산된 바 있다.

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사진 워너브라더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영화계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빛냈다. 수많은 영화감독들이 펜데레츠키의 팬을 자청하며 그의 클래식 음악을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활용했다. 펜데레츠키의 음악을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기념비적 공포영화 걸작이자 오컬트 영화의 바이블로 불리는 ‘엑소시스트’(1973)다.

초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1960) 배경음악을 맡았던 버나드 허먼에 ‘엑소시스트’의 배경음악을 맡기려 했으나, 보다 색다르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현대음악의 거장 펜데레츠키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 결과 ‘엑소시스트’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가장 무서운 장면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48대의 현악 앙상블을 위한 ‘다형성’이란 곡이 삽입됐다. 조용히 시작된 음악이 점차 괴기스러운 효과음으로 귀를 찌르고, 심장박동을 높이는 듯한 전율을 선사한 음악은 관객들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영화 샤이닝 스틸. 사진 워너 브러더스 픽쳐스

‘다형성’은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 영화 ‘샤이닝’(1980)에도 삽입됐다. 고립된 호텔에서 완전히 미쳐버린 주인공 잭 토랜스(잭 니콜슨)이 아내 웬디(셜리 듀발)에게 본심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에서 쓰였다. 해당 곡이 삽입된 장면은 배우 잭 니콜슨의 폭발적인 연기력과 소름 끼치는 음악이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 스틸.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공포 스릴러 ‘셔터 아일랜드’(2010)에도 펜데레츠키의 음악이 사용됐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셔터 아일랜드’만의 공포스럽고 불안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3번 4악장인 ‘파사칼리아’를 활용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한 음악은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의 동료 척(마크 러팔로)가 영화 속 배경인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원에 도착하는 장면을 의미심장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완성시켰다.

이 외에도 데이빗 린치 감독의 ‘광란의 사랑’(1991) ‘인랜드 엠파이어’(2007) 등의 작품은 물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2006),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에도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음악이 다수 삽입돼 전설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유나 기자 lyn@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유나 기자 lyn@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