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팡파레’ 이돈구 감독 “제이, ‘팡파레’ 메시지 그 자체”

2020-06-30 09:34

[맥스무비=위성주 기자] 독립영화가 심심하다는 편견은 버려야겠다. 다섯 악당의 만남을 그린 영화 ‘팡파레’는 개성 있는 캐릭터와 독특한 연출, 세밀한 인물 묘사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서울 맥스무비 본사에서 ‘팡파레’를 연출한 이돈구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팡파레'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팡파레’는 할로윈 파티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깊은 밤,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다섯 명의 악당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그렸다. ‘가시꽃’(2013)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이돈구 감독의 차기작으로, 이돈구 감독은 ‘팡파레’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독립영화에서 서스펜스가 묻어나는 장르물을 시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일상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스릴과 쾌감을 선사해야하는 장르물의 특성상, 화려한 영상미와 큰 스케일은 어느새 장르 영화가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 됐다. 그러나 이 중 이돈구 감독이 갖고 있던 조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단히 주목받는 탑 배우도, 대규모 투자도 없었지만, 그는 끝내 ‘팡파레’를 완성했다.

영화 '팡파레' 이돈구 감독. 사진 손해선 기자

전작 ‘현기증’(2014)을 끝내고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잠시 대인기피증이 왔던 이돈구 감독은 자신이 느끼던 심경을 영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팡파레’를 밀어붙였다”며 기획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드라마 형식으론 밋밋해 장르물로 기획했는데, 역시나 투자가 어려웠다. 4~5억으로 기획했지만, 결국 순 제작비는 4500만원 정도로 영화를 시작했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기획할 때 돈 계산을 잘 안 한다. 무조건 몇 월에 촬영 들어간다 생각하고 일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이돈구 감독이 ‘팡파레’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어떤 자리에서든 강자와 약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곤 하는데, 그런 것들이 전복되는 상황의 쾌감을 전하고 싶었다”며 ‘팡파레’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팡파레’는 여러 캐릭터들의 관계가 수시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생겨나는 긴장감으로 관객에게 스릴을 선사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향연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영화 '팡파레' 스틸.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를 끌고 나가는 다섯 악당 중에서도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 캐릭터는 단연 임화영이 연기한 제이다. 이돈구 감독은 “내가 전하는 메시지 그 자체이기를 바랐다”며 “제이 캐릭터에 가장 큰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촬영 때 임화영에게 말도 안 되는 연기 주문을 했다. 어떤 인물이나 킬러와 같은 특정 직업을 연상하며 연기하지 말고, 하나의 현상을 연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이가 어떤 자리에서든 형성되는 갑을 관계를 표현하고, 또 그를 전복시키는 인물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임화영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청순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순간순간의 눈빛이 날카롭더라. 청순하면서도 날카로운 지점이 공존하는 배우여서 제이를 부탁했다.”

영화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제목 ‘팡파레’ 역시 이돈구 감독이 제이를 상상하며 정한 제목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부터 이미 제이의 이미지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팡파레’라는 제목을 확정했다. ‘팡파레’는 축제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악장을 의미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제이가 창고 같은 장소에서 갇혀있다가, 문이 열릴 때 팡파레가 울렸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나팔을 비롯해 여러 금관악기를 사용한 악장이 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미지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있어서, 제목을 ‘팡파레’로 지었다.”

영화 '팡파레' 이돈구 감독. 사진 손해선 기자

영화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힘과 독특한 구성, 짜임새 있는 연출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각자의 색이 뚜렷한 캐릭터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유려하게 어우러졌으며, 강렬한 조명의 색감과 독특한 BGM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팡파레’지만, 이돈구 감독은 오히려 “최대한 기교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고 말한다.

“머리를 쓰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정통으로 밀어붙이고 싶었다. 나 스스로가 개연성이 없는 작품을 온전히 못 보기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해 연출했다. 장르 영화이기도 하고, 각 캐릭터가 워낙 극단적이어서 개연성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

위성주 기자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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