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 '택시 운전사'-'1987'-'남산의 부장들', 그리고 홍콩…민주화를 향한 사람들

2019-12-13 16:09

[맥스무비=위성주 인턴기자] 민주화에 대한 역사는 국내 영화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다. 시대가 주는 폭력과 억눌린 개인, 독재에 저항하는 민중은 우리가 지나온 사회를 그린 영화에 단골로 사용되는 소재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 소재가 되기도 한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최근 영화들에 그려진 대표적 사건들이다.

‘택시운전사’(2017)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담아낸 작품으로, 은폐되고 있던 당시 상황을 알린 독일인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와 그를 광주까지 데려간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겪는 이야기다. 영화는 광주 시민이 아닌 두 외부인이 가진 시선으로, 시대적 아픔에 저항하는 민중을 보여줬다. 방관자에 머무르던 소시민 만섭이 광주 시민에 동조하며 함께 외치고 있는 장면에서, 관객은 어느새 동화돼 그들과 동반자가 된다.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사진 (주)쇼박스

영화는 지나간 시대를 보여주며, 역사적 아픔을 지닌 이들이 가진 상처를 어루만졌다. ‘택시운전사’는 광주 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군홧발에 짓밟히는 대학생, 계엄군에 의해 총상을 입은 무고한 시민들, 그럼에도 서로를 위하며 힘을 합치는 민중은 감동을 건네며 뜨거운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도록 만든다.

‘1987’(2017) 역시 힘없이 고통 받는 시민들을 그린 작품이다. 민주화를 위해 몸바치는 운동가도,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도 등장하지만, 영화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무자비한 공권력에 상처받는 시민들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시위에 휘말리기도 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휘두르는 곤봉에 피 흘리기도 한다. 극중 캐릭터 연희(김태리)는 시위에는 관심도 없는 해맑은 대학생이었지만, 무분별한 압제는 그에 개의치 않고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 '1987'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는 끌려간 삼촌을 돌려달라 소리치다 어떤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으로 버려진다. 오묘한 감정을 나누던 학교 선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시체로 돌아온다. 그가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은 사라지거나 상처 입는다. 이는 단지 연희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당시를 살았던 민중이라면 누구나 겪었던 사연이며, 아직까지 흉터로 남은 아픔이다.

‘택시운전사’와 ‘1987’은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혀 다른 공간에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3월 31 시작된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두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는 중국이 요구하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시민 연대는 우리에겐 지나간 과거지만, 홍콩 시민들에겐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 중문대학교에 재학중인 J는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겪었던 시위 과정을 생생히 전달했다.

“시위 초기에는 시위가 이렇게 전개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 경찰의 최루탄 남용 등 점점 시위는 격해졌다. 경찰이 쏜 총에 시위대가 총상을 당하기도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불타는 자동차와 시위대를 추격하는 경찰들을 봤다. 이내 기숙사 방까지 불타는 매캐한 냄새와 최루탄 냄새가 들어왔다. 시위가 시작되는 시간인 이른 저녁시간이면 저녁을 굶어야 할 때도 있었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사진 (주)쇼박스

우리가 갖고 있는 흉터와 같이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는 홍콩시민들에게 아픔을 남겼다. 공권력이 투사한 폭력과, 그에 대항하며 격해진 시위는 무고한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지난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민주당의 승리로 끝나 시위는 평화적으로 변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진압복을 입고 무장한 경찰들이 도심에 모이는 등, 시위 도중 공포감이 많이 조성됐다. 시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검정색 옷을 피하기도 했다. 대부분 시위 때문에 집 밖을 나가기 두려워했다. 선거가 끝나고 시위도 비폭력적으로 변했으며, 경찰과 충돌도 줄었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항상 느끼고 있다.”

영화 '1987'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J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한 것을 통해 무고한 시민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말했다. 홍콩 시민들이 입은 상처는 공권력뿐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에 의해 생기기도 했다. 사회는 민주화를 향해 나아갔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우리 사회에서도, 홍콩에서도 시민들은 언제나 노출된 폭력에 신음을 흘렸다.

“이번 시위에서 경찰에게 총상을 당한 시위대 중 14살 남짓한 청소년도 있었다. 시위에 참여했다고 해서 총상을 당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시위대 측 오발로 기자가 다리에 화살을 맞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백화점은 시위대에 의해 창문이 깨지고 불타기도 하는 등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

2020년 1월 개봉을 예고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택시운전사’나 ‘1987’과 결이 다를 것이라 예상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을 소재로, 독재가 야기하는 탐욕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권력을 위한 투쟁과 야욕, 말살된 인간성은 상처 입은 민중 못지 않게, 독재가 발하는 참혹한 이면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사진 (주) 쇼박스

영화는 김충식 작가가 집필한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며, ‘내부자들’(2015)을 연출해 인지도를 높인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이병헌이 연기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남산의 부장들’은 2020년 1월 개봉 예정이다.

위성주 인턴기자 whi9319@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성주 기자 whi9319@max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