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여성 제임스 본드는 나오지 않을 것”…단호한 ‘007’, 차기 제임스 본드 둘러싼 설전

2020-01-17 17:27

[맥스무비=정지은 기자] ‘007’ 시리즈는 시대를 대표하는 정통 스파이 액션 영화로 자리 잡았다. 다재다능한 제임스 본드와 조력자인 본드걸, 거대한 스케일이 담긴 화려한 액션신은 첩보 영화가 지닌 매력을 발휘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007’ 시리즈에 시련이 닥쳤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하차를 알린 후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난 배우들이 물망에 오르자 설전이 벌어졌다. 다양한 국적, 인종, 성별을 가진 후보들에 대해 대중들은 엇갈린 반응을 던졌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왼쪽)와 다니엘 크레이그 모습이 담긴 스틸.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오는 4월 9일 개봉 예정인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는 은퇴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신기술로 무장한 악당 사핀(라미 말렉)에 대항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지난 16년 동안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시리즈에서 하차한다. 하차 소식이 보도된 이후 차기 제임스 본드에 대한 추측들이 오갔다. 여성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는 가설이 떠오르며 샤를리즈 테론과 에밀리 블런트가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자 논란에 대해 ‘007’ 시리즈 제작자인 바바라 브로콜리가 입을 열었다.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그는 “차기 제임스 본드는 인종에 상관없이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성 제임스 본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제임스 본드를 떠나 강한 힘을 지닌 새로운 여성 캐릭터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남성 캐릭터에 여성을 집어넣고 싶지 않다”며 루머에 종지부를 찍었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 레이첼 와이즈, ‘리턴 투 센더’ 로자먼드 파이크, ‘실화: 숨겨진 비밀’ 에바 그린 모습이 담긴 스틸(왼쪽부터). 사진 티캐스트, 조이앤시네마, 퍼스트런

여성 제임스 본드에 대한 논쟁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일부 할리우드 배우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여성으로 바꾸는 대신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결혼한 배우 레이첼 와이즈는 지난 2018년 2월 10일(영국 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 나눈 인터뷰에서 의견을 꺼냈다. 그는 “‘007’ 시리즈를 탄생시킨 이안 플레밍은 특별한 캐릭터들은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전 시리즈에 출연했던 남성 캐릭터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여성들은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존재다. 그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007’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강조했다.

이어 로자먼드 파이크도 같은 뜻을 전했다. 그는 ‘007: 어나더 데이’(감독 리 타마호리)에 제임스 본드를 배신하는 악녀인 미란다 프로스트 역으로 출연했다. 지난 2018년 4월 12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매체인 인디와이어와 나눈 인터뷰에서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남성이 연기해야 한다. 남성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다시 여성이 연기해야 할 필요 없다. 독립된 존재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007’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가 아닌 강하고 주체적인 새로운 여성 스파이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면 연기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007 카지노 로얄’(감독 마틴 캠벨) 베스퍼 린드 역을 맡아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 에바 그린도 강한 주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19년 3월 14일(미국 현지시간) 인디와이어를 통해 “여성들을 지지하지만 남성이 ‘007’ 시리즈 주연을 맡는 것이 옳다. 여성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수는 없다. 캐릭터가 이어나가야 할 역사가 있다. 여성은 액션 영화,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라샤나 린치 모습이 담긴 스틸. 사진 유니버셜픽쳐스

여성 제임스 본드를 둘러싼 설전은 할리우드 영화계가 겪는 변화를 드러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인들은 다양한 여성 인물들을 내세운 영화들을 제작하며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주체적인 여성들이 잘못된 사회 인식을 격파하는 이야기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받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상업 수단으로 이용해 무리하게 여성 캐릭터를 생산해낸다는 지적이었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엇갈린 분위기는 ‘007’ 시리즈에도 영향을 미쳤다. ‘007’ 시리즈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정통 스파이 액션물이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만큼 기존 스토리를 해치는 새로운 설정들은 일부 팬들에게 거부감을 심었다. 시대 변화에 맞춘 캐스팅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원작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인 노미(라샤나 린치)는 여성 제임스 본드 논쟁에 대한 해결책이 될 캐릭터다.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가 탄생시킨 독자적인 여성 캐릭터로 제임스 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MI6 동료 요원이다. ‘본드 걸’이 아닌 ‘본드 우먼’인 그는 제임스 본드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면모와 그에 못지 않는 능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노미 역을 맡은 라샤나 린치는 전작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다. 전작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에서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를 돕는 친구 마리아 램보 역을 맡아 연대하는 여성이 지닌 힘을 보여줬다. 라샤나 린치가 ‘007 노 타임 투 다이’ 노미 역을 완벽 소화해 여성 제임스 본드에 대한 필요성을 일축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지은 기자 jea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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