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2020년 선댄스 영화제 상영작들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2020-01-23 09:00

[맥스무비=정지은 기자] 제 36회 선댄스 영화제가 오는 23일 개최된다. 선댄스 영화제는 한 해 동안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조명하는 축제다. 이번 영화제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사회 문제’다. 개인과 가족을 조명하며 사회 문제를 지적한 상영작들은 선댄스 영화제를 찾아올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 사진 A24

자국 영화 경쟁 부문에 초청된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1980년대 아칸소 시골 지역에서 농장을 시작하며 변화를 겪는 소년 데이빗(알란 킴)을 조명한다. 각본 및 감독을 맡은 정이삭은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사건을 바탕으로 ‘미나리’를 제작했다. 그는 미국 아칸소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회 문제를 다룬 전작들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대표작 ‘문유랑가보’(2007)는 종족간 대학살이 벌어지는 르완다가 배경으로 문유랑가보(조세프 루타젠그와)가 복수를 위해 떠나는 이야기다. 전쟁이 낳은 참혹한 상황 속에서 다른 종족을 향한 분노와 공포를 극복하는 소년을 통해 교훈을 전하는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를 통해 다시 사회 문제를 담았다. 작품 속 등장하는 아버지 제이콥, 어머니 모니카(한예리),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이다. 제이콥은 순자에게 영향을 받아 미국에서 개척할 새 삶을 꿈꾼다. 반면 모니카는 이동식 주택에 산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미나리’는 제이콥이 농장을 세우기 위해 가족과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처한 불안정한 현실을 꼬집는다.

영화 '더 글로리아스' 스틸. 사진 페이지피프티포픽쳐스

프리미어 부문 초청작인 ‘더 글로리아스’(감독 줄리 테이머)은 여성 인권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보여준다. 페미니즘 운동을 이끈 저널리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다룬 전기 영화로 자서전 ‘길 위의 인생’을 원작으로 삼았다. 알리시아 비칸테르가 20대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줄리안 무어가 노년이 된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연기했다. 작품은 1960년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과 역사적인 사건들을 나열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미국 매체인 뉴욕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흑인과 여성 인권에 대한 기사를 발행했다. 그가 여성 운동에 앞장서는 모습은 2006년 여성 인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시작한 미투 운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침 없는 결단력을 가진 그는 주위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계획하며 선두에 나선다. ‘더 글로리아스’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통해 여성이 지닌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

영화 '포 굿 데이스' (위)와 '폴링'(아래) 스틸. 사진 오크허스트엔터테인먼트, 퍼시발픽쳐스

가족을 통해 사회 문제를 거론한 두 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프리미어 부문 초청작 ‘포 굿 데이스’(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마약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모녀가 등장한다. 몰리(밀라 쿠니스)는 10년 넘게 치료에 실패한 마약 중독자로 거짓말을 일삼으며 절도까지 저지른다. 뎁(글렌 클로즈)은 몰리를 사랑하는 엄마로 문제아 딸을 거부하지 못한다. ‘포 굿 데이스’는 딸 몰리로 인해 고통을 겪는 어머니를 통해 가정을 붕괴시키는 마약 문제와 파괴력을 강조한다.

프리미어 부문 초청작 ‘폴링’(감독 비고 모텐슨)은 현대 사회가 마주한 가부장제를 다룬 이야기다. 비고 모텐슨 감독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제작됐다. 그는 지난 2019년 5월 15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매체인 스크린 데일리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이 모두 아팠다.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2주 만에 시나리오를 썼고 처음에는 어머니로 시작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다루기 시작했다”며 제작 과정을 밝혔다.

비고 모텐슨 감독은 연출을 맡으며 동시에 주인공 존 패터슨 역을 연기했다. 존은 파트너인 에릭, 딸 모니카와 시골 생활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동성애자다. 아버지 윌리스(랜스 헨릭슨)는 존이 자란 농장에서 여전히 혼자 사는 고집 센 노인이다. 심한 기억 상실 증세를 겪는 아버지를 캘리포니아로 데려오려는 존과 변화를 싫어하는 아버지는 싸우게 된다. 개방적인 존과 보수적인 아버지가 갈등하는 과정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편견과 현실을 드러낸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정지은 기자 jea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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